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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사각사각] 갈대나 종이 따위의 얇고 빳빳한 물체가 자꾸 스칠 때 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


글; 국어단어장 큐레이터 정지은

http://goo.gl/tGlYV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그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를.

초등학생 때 일입니다. 저는 아마 6학년이었을 거예요. 한글날을 맞이해서 교내에서 백일장이 열렸어요. 수필 한 편을 쓰는 대회였어요. 주제가 주어지고 아이들은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새하얀 종이를 받아든 저는 새까만 연필심을 요리조리 굴리며 ‘약간’의 구상을 했습니다. 제목이 정해졌고 제 이름도 써 놓은 후에 글을 써 내려갔어요. 왠지 모르게 그날은 무아지경에 빠져 글이 술술 써졌어요. 종이 한 장에 정말 ‘미친 듯이’ 한 줄 한 줄 채우다보니 어느덧 빈 공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어요. 그 때 불현 듯 제 책상을 벗어난 교실 전체의 공간이 눈에 들어왔고, 적막함 가운데 아이들의 연필 소리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사각사각, 또각또각, 쓱쓱. 아이들은 책상을 악기 삼아 연필로 탕탕 연주하는 예술가처럼 보였습니다.

김영하 소설가는 대개 좋은 글은 정해진 시간 안에 그 자리에서 연필로 막 쓸 때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지나치게 오래 생각하는 어른들과 달리 어린 아이들이 더 잘 몰입할 수 있는 걸까요? 우리는 자신을 표현하고 싶고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이런 예술적 충동은 현실에 부딪혀 억눌리게 되죠. 예술은 목적이지 수단이 아닙니다. 우리는 좀 더 담대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 당장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끄고 미친 듯이 예술가가 되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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