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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 단상





예전엔 물에 젖은 솜이 나를 짓누르는 느낌이 엄습했는데,

요즘엔 이 세상에 나 홀로 서 있는 기분이 자주 든다. 


토익의 노예가 되어 학원과 집을 오가는 버스를 매일 탄다.

금요일 저녁 반대편 차선은 다들 어디를 그렇게 가는지 노란 불빛이 가득하고,

내 쪽 차선은 빨간 불빛이 가득했다.

나는 늘 노란 불빛이 되고자 했지만 내가 보는 건 항상 빨간 불빛이었다.

반대편 도로가 한산해졌을 땐 아예 제3의 불빛이 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쉽게 중독되는 건 우울뿐이었다.


진짜 나를 보여주면 모두가 내게 실망할 것 같아서 자꾸 가면을 쓴다.

나도 이젠 가방을 뒤집어 탈탈 터는 것처럼 내 마음속과 머릿속을 누군가에게 까발리고 싶다.

하지만 여태 감추며 살았으니 쉽지 않을 것임을 안다. 궁금한 사람도 딱히 없어 보인다.


명확하게 살겠다고 1월 1일에 다짐했는데 여전히 희미하고 흐릿하다.

― 무것도 모르겠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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