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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김하늘] 멋-명분=0

 

 

<멋-명분=0>

글; 정지은

 

 

오랜만에 멋있는 사람을 만났어요.

스타일리스트 김하늘. 그는 명분 있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출처-얼루어)

 

외모도 성품도 훤한 김하늘 실장님의 이야기는 참으로 진솔했습니다.

 

실장이 된 지는 2년이 됐으나 그의 경력은 훨씬 이전부터 시작됩니다. 저명한 스타일리스트의 어시스턴트로 지낸 세월이 꽤 되기 때문이죠.

 

 

스타일리스트

단어 자체에서 오는 애매함은 차치하고 특정한 룰이 없어 언제 실장 타이틀을 얻게 될 지 알 수 없다는 스타일리스트 업계. 그의 목표는 모호한 업계에 협회를 만들고 싶다는 것입니다.

“현재 패션 업계는 포화 상태예요. 어시스턴트들은 넘쳐나지만 그들의 정확한 독립 시기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쯤 됐다 싶으면 실장해도 되겠다’식의 불투명한 규칙 아닌 규칙을 바로 잡고 싶어요.”

 

김하늘 실장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확실하게 느꼈던 것은 그가 중심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솔직히 스타일리스트가 방송에 나와서 스타일링에 대한 언급은 안하고 친분만 과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스타일리스트가 잡지사와 일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잡지사마다 패션에디터가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최근 그는 여러 잡지사와 일했습니다. 그의 경우는 왜 그랬을까요? 물론 그의 스타일링이 훌륭해서도 그랬겠지만 저는 그의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스타일리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주관이 뚜렷해야 해요. 기회주의자처럼 휘둘리면 안 됩니다.”

‘제 멋대로(?) 살고 싶으면 기대면 안 된다’는 그의 말은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무슨 명언 같기도 하네요.

 

그는 사람을 만날 때 일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타일리스트가 잡지사와 작업을 하는 여러 통로 중 한 가지는 소위 영업을 통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 방법은 사용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일을 부탁하는 것은 멋져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명분이 있어야 진짜로 멋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쭙잖은 것은 멋있지 않아요. 모든지 설명할 줄 알아야 합니다. 스타일리스트라면 어떤 착장을 보고 ‘예쁘다’ 혹은 ‘이상하다’ 여기서 끝나면 안 돼요. 예쁘면 ‘왜’ 예쁜지, 이상하면 ‘왜’ 이상한지 항상 이유를 제시해야 해요. ‘쉬크’, ‘럭셔리’, ‘패션 피플’ 이런 단어들만 쭉 나열해놓는다고 해서 스타일리스트가 되는 건 결코 아닙니다.”

 

 

또렷한 눈매의 김하늘 실장님은 생각해 볼수록 정말 멋진 사람인 것 같아요.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다가 어느 날 잡지사의 작업 요청 전화를 받고 난 후의 심장 떨림을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다가 ‘지금도 그 때를 떠올리니 심장이 떨린다’고 말했던 그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저도 얼른 그 떨림을 느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