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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아작


[아작아작] 조금 단단한 것을 잘게 부스러지도록 자꾸 깨물 때 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


글; 국어단어장 큐레이터 정지은

http://goo.gl/t6B31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사는 건 죽어 가는 거야 하루하루. 그러니까 너도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엄마처럼 살지 말구. 응?”


어렸을 때는 나이가 들면 깊이가 생기는 줄 알았어요. 정말 마흔 이후에는 흔들리지 않게 될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의 삶은 마음이 육체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서글픈 것 같아요. ‘몸은 비록 늙었지만 마음은 젊다’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죠. 

저는 ‘나잇값’이라는 표현이 참 싫어요. ‘나이’에 또 ‘값’을 붙이다니 우리는 정말 숫자에 갇혀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덜컥 겁이 나는 당신의 마음을 압니다. 근데 이거 아세요? ‘어리다’의 ‘유의어’가 ‘젊다’라는 걸. 동의어와 유의어는 달라요. 그러니까 어리다는 것이 젊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후 11시 59분에서 오전 0시로 넘어갈 때, 단 일 초가 지났을 뿐인데 날짜가 바뀌는 그 순간, 숫자가 상대적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곤 해요. 분명 0시가 지났는데 어제를 오늘이라 하고, 오늘을 내일이라 하는 사람들이 꽤 있기 때문이죠.


색색깔의 꽃들이 피어있는 아름다운 산책길을 걸으며, 그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하고 오로지 소멸의 안타까움에 빠져들기 보단(이석원 산문집 ‘보통의 존재’ p.162 인용) 풋사과를 먹을 땐 ‘풋풋? 나는 아직 풋풋한가? 풋풋함은 이미 끝났나?’ 이런 걸 고민하지 말고 그냥 아작아작 베어 먹으면 된다는 얘기예요.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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