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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하


<길 위에서>

길 위에 서면 나는 서러웠다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길이었으므로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
계속 가자니 끝이 보이지 않아
너무 막막했다

허무와 슬픔이라는 장애물
나는 그것들과 싸우며 길을 간다
그대라는 이정표
나는 더듬거리며 길을 간다

그대여, 너는 왜 저만치 멀리 서 있는가
왜 손 한번 따스하게 잡아주지 않는가

길을 간다는 것은,
확신도 없이 혼자서 길을 간다는 것은
늘 쓸쓸하고도 눈물겨운 일이었다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다면>


만나고 싶을 때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면

보고 싶을 때 언제라도 볼 수 있다면

이리도 마음 저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없기에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기에

그대는 정녕 내게 아픔입니다


금방이라도 내게 다가와

따뜻한 손 내밀 것 같은 그대여

그대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어디 있기에 이토록 더디 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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