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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초등학교 4학년 때쯤 엄마아빠가 모임에 가신 날이면 기어코 안 자고 기다렸다. 주말에 티비에선 외화를 한국어로 더빙해서 방영했는데 소파에 누워서 그걸 봤다. 그러나 막 자정이 다 되어 갈 무렵 이 어린이는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지는 것이다. 잠들 만할 때가 되면 시각은 무뎌지고 청각이 예민해지는데 그때 귀에 쏙쏙 들어오는 남자 성우의 목소리는 참으로 청아해서 잠을 잘 오게 만들었다. 진짜 잠에 들락말락할 때 꼭 엄마아빠가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번뜩 정신이 차려지지만 계속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그러면 아빠가 나를 그대로 들어 침대로 고이 데려다 주셨다. 어렸을 땐 자는 척에 서툴러서 눈을 감고 있어도 다 티가 나는데 나중에 몇 번은 엄마가 알아채셨던 것 같다. '우리 딸 소파에서 잠들었네-' 엄마의 목소리에서 다 알 수 있다.


좀 전에 어떤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생각난 어린 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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