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식물이 늘었다.
며칠 전 꽃 선물을 받으면 좋을 것 같은 날이다라고 생각한 어느 날 정말 그날 친구가 데이지를 사줬다.
어제는 아빠가 다육 식물과 꽃의 색만 다른 몇 개의 난 그리고 이름을 모르겠는 초록색 식물이 담긴 상자를 들고 퇴근하셨다. 간밤에 다들 식물을 나눠 가졌다.
중학생 때 친구가 내가 지나가면 꽃향기가 난다고 했다. 여기서 친구는 데이지를 선물한 그 친구다. 우리집에 꽃이 많다며 그래서 그런가 너한테선 꽃내음이 나라고 말했는데 난 잘 모르겠다. 엄마가 향수를 좋아하셔서 각종 향수가 엄마 화장대 위에 있었고, 나에게도 많이 사주셔서 어릴 때 지금보다 향수를 더 많이 쓰긴 했는데 그 때문인지 -.- 정말 나에게선 꽃향기가 났던 건지. 플로랄 계열 향은 잘 안썼던 것 같은데라며 후자라고 우겨 본다.
수업이 있는 날은 집을 나서기 전 데이지에 물을 주고 나간다. 나는 책임감을 느끼는 게 싫다. 뭔가가 나에게 의지하는 느낌을 갖고 싶지 않다. 작은 계란 후라이 같은 데이지를 보며 그냥 이 꽃은 시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싱그럽고 파릇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있다. 간절히도 듣고 싶은 표현인데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게 퍽 아쉽다.
꽃을 잘 보살피면 구겨진 마음도 펴질 수 있을까
기운이 도통 나지 않는 날들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다. 심술이 매우 났다.
잠잠하던 얼굴 위의 붉은 꽃들도 다시 피어나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말라가는 꽃에서도 향기가 나는데 지는 꽃 스스로는 얼마나 슬플까
내년에 다시 피어나잖아하며 쿨해지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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