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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림




비 오는 날도 좋은데 비 오고 천둥 번개까지 치면 더 좋다. 엄마는 이상한 애라고 했다.

비 오는 오늘, 엄마랑 영화관에 갔다. 영화를 보기 전에 너무 많이 알아도, 너무 적게 알아도 문제다. 이번 영화는 후자다. '다음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다'라고 속으로 생각한대로 전개됐다. 뻔한 영화는 재미없다.

뻔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걸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예측 불허의 타이틀을 갖고 싶다.

알 수 없는 애라는 말은 숱하게 들었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누가 날 알겠냐만은 누군가가 나를 진득하게 알아가 줬으면 좋겠다.

동생은 동갑인 어떤 남자애와 알아 가는 단계에 있다고 엄마한테 말했다고 한다. 계절이 하나 바뀌는 동안 우리 자매는 말을 섞지 않았다. 다툰 이유가 기억나는 걸 보니 아직 화해할 때가 아닌가 보다(?) 나는 날마다 '편지를 써서 먼저 손을 내밀까', '스타벅스 카드에 한 이만원 충전해주면서 말을 걸어 볼까' 고민하지만 집에서 이 기지배가 하는 꼴을 보면 그런 마음이 사라진다. 걔는 '언니랑 화해해볼까' 하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했을까? 안 봐도 비디오다. 생각하긴 뭘 생각해 나보단 항상 다른 사람이 먼저인 기지밴데.

내가 가진 최악의 습관은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한다는 거다. 그래서 내 자신이 피곤할 때가 있다. 내가 자꾸 나를 미워하니 도통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좋은 방법이 뭔지 모르겠다. 키보드 Y가 빠져나온 것도 M을 좀 더 보라는 뜻인가. You 말고 Me를 많이, 먼저 생각하라는 건가? 합리화 대박. middle fingers를 그만 내리라는 뜻인가. 사실 책상 닦다가 키보드도 한번 훑으려다 동생 때문에 성질이 나서 너무 박박 문질렀더니 이렇게 된 것이다. 

성질의 비슷한 말은 기질, 바탕, 성향, 성깔, 화, 성격이라고 나온다. 뭐가 좋은 성격인지까지 규정해 놓은 이상한 사회다. 무조건 활발하고, 큰소리내고, 앞장서고, 먼저 말 걸고, 항상 웃고, 아부하고, 남을 띄워줘야 '쟤 성격 좋아'라는 소리를 듣는다. 이런 건 도대체 누가 정하는 거야? 왜 항상 모 아니면 도고, 흑 아니면 백인지 갑갑하다. 암튼 이런 사회에서는 성격이 좋다는 얘긴 아마 못 들을 거다.

친구가 본인이 좋아하는 남자의 사진을 보냈다. 서로 좋아해서 만나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친구가 된 지 올해로 13년이 됐고 그동안 이 아이는 연애를 참 많이 했다. 걔가 하는 연애는 쉬워보였다. 친구를 싫어하는 남자는 보질 못했고, 그래서 친구를 좋아하는 그 남자를 친구가 좋아하기만 하면 연애는 성사됐다. 수월하게 거치는 거 하나 없이 걸어가는 걔와는 달리(또 못난 비교를 하고 있다) 나는 왜 이렇게 하나하나 걸리는 게 많아 걷다서다만 반복하는지 사실은 이유를 알고 있다. 하지만 안알랴줌.

나는 나를 알려주고 싶지만 알려주기 싫어한다. 이상한 애다.

오늘의 단어 잇기는 여기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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