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안 묶이는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망한 이후로 4-5년 동안 계속 머리를 길러 왔다.
앞머리를 자르네 마네 하는 고민은 나를 매번 자르고 후회하는 멍청이로 만들었고 그 사이 지겨우면 펌을 하거나 염색을 했다.
2015년 현재 내가 가진 건 긴 머리뿐이었다. 미용실에 도착하기 10분 전까지도 걸어가면서 예약을 취소할까 말까 고민했다.
머리가 뭐가 대수라고.
그러나 나는 잘라야 했다. 이걸 끊어내지 않으면 머리카락에 휩싸여 죽을 것만 같았으니까.
미련 같은 건 키우면 안 된다. 의미 없는 것에 미련을 느끼는 미련퉁이는 이제 그만둘 때도 됐어.
뭐하고 지내? 라고 물으면 머리 기르면서 지내 라고 하려고 했는데 이젠 그냥 손톱 기르면서 지내 라고 해야 겠다.
매일 자신을 새롭게 하라, 다시 새롭게 하고 새롭게 하며 영원히 새롭게 하라.
탕왕의 욕조에 새겨진 글귀라고 한다.
눈 감았다 뜨면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타국이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구리니 나 스스로 새롭게 변하는 수밖에 없다.
웨인 다이어의 행복한 이기주의자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고 한다.
나의 가치는 다른 사람에 의해 검증될 수 없다. 내가 소중한 이유는 내가 그렇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의 가치를 구하려 든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의 가치가 될 뿐이다.
올해 2월 졸업 이후 나는 스스로 어느 정도 자신만만해지면 뭔가를 시작하려고 아직 아무것도 안 하는 한량이다. 취준생도 아니다. 준비를 눈꼽만큼도 안 하고 있으니까. 이래 놓고 불안하고 초조해 하는 게 터무니없이 웃기지만 자아부터 회복하는 게(정립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안 그러면 그냥 초겨울 나뭇잎처럼 바스러질 것 같다. 누가 뭐래도 나의 가치는 다른 사람이 아니고 내가 결정하는 거니까. 남들은 나를 오해할 권리가 있고 나는 해명할 이유가 없다.
오늘도 쩌는 합리화.
음 그러니까 머리 자른 거 마음에 든다.
하나하나 새로워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