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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s ha 2014. 8. 7. 22:45



영화관 왼쪽 옆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묻고 싶은 게 두 가지가 있었다.

향수 뭐 써요?

지금 먹는 과자 이름 뭐예요?


옆자리에 앉은 남자에게선 청록색의 향기가 났다. 처음 맡는 향인데 좋았다. 인위적이지 않았다.

그 남자는 영화가 시작하자 백팩에서 과자를 꺼내더니 부시럭거리며 봉지를 뜯었다. 와그작 와그작. 과자 냄새가 맛있었다. 배가 고파서 그 과자가 뭔지 정말 궁금했다.


입이 짧은 듯했다. 영화가 시작하고 5분도 안 되었는데 과자 먹는 걸 멈췄다.

한 시간쯤 됐을까 양 옆에서 다 졸기 시작했다. 아이고 이 영화 어쩔...

과자 냄새는 계속 났다. 봉지는 닫고 잠들지. 


얼굴이 궁금했다. 얼핏 봤을 때는 소년소년했다. 


영화가 끝나고 머리를 다시 묶고 허리를 오른쪽으로 돌렸다가 우두둑 소리를 듣고 이번엔 왼쪽으로 돌렸는데 그 남자가 과자 하나를 내게 건네고 있었다. 진심으로 과자만 보였다. 한 2초 정도 이게 뭐지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그걸 받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미친 정말 배가 고팠나 보다. 지금 생각하니까 엄청 웃기다. 그걸 왜 받아;; 근데 이거 받으면 안 되는 거였다.


암튼 나는 과자를 씹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역시 여자 화장실은 줄이 길었다.

손을 닦고 건물 밖으로 나와서 가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저기요 했다.

돌아보니 그 남자였다.

휴대폰을 들고 다시 한번 보고 싶다며 전화번호를 알려달랬다.

근데 내가 생각한 생김새가 아니었다. 얼굴이 작고 눈이 컸다. 아기 사슴 같았다. 근데 연약해 보였다.


상영관 안은 건조해서 렌즈를 껴도 퍽퍽해 초점이 제대로 안 맞아 잘 안 보인다. 이것과는 별개로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생김새를 만들어 입혔는지도 모르겠다. 훈훈한 남자가 옆자리에 앉으면 누가 싫겠어.

어두운 곳에서 판단은 금물이다. 


연락처는 못 드릴 것 같아요.

한번 거절했는데 다시 물어왔다. 그래서 다시 거절했다. 죄송해요.

그렇게 나는 저쪽으로, 그 남자는 어느 쪽으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갔다. 

과자를 받아 먹은 게 호의를 인정한 셈이 된 것이었다. 그래서 기다렸다가 번호를 물어봤겠지. 미안하다.


겨울에서 봄이 되어가는 계절에 길을 가다 누군가가 전화번호를 물어봤었다. 그 때도 거절했었는데.

오늘은 입추. 여름에서 가을이 되어가는 계절이다.

근데 왜 내가 괜찮다고 생각할 만한 사람은 번호를 묻지 않는 걸까... 이젠 내가 먼저 물어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