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외로운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저녁의 풍경을 수채 색연필로 그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물을 발라 진해진 노랜색으로 은행잎들을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먼바다처럼 아득하게 안개를 그리고 싶었다. 그러려면 울트라마린과 다크브라운을 섞어 은회색이 천천히 번지도록 해두고, 안개가 가장 짙은 부분에는 검정을 섞어 경계를 만들다가 희게 비워두면 될 것 같았다.
*생선조림에 든 무에다 밥을 비벼 먹고 싶다고 했더니 엄마가 양미리라는 생선을 사왔다. 뱀 토막 같은 모양도 싫었지만 사람 이름이 붙여진 게 무섭고 싫었다. 이거 양미리라는 거야, 하는 목소리를 듣자 지난번에 임연수라는 생선을 먹으라고 했을 때처럼 기분이 나빠졌다.
+ 위트도 있고 무엇보다 진부하지 않아 좋았다.
*나는 갖고 싶지 않은 것들을 이미 충분히 갖고 있었다.
*두려움의 몸피는 좀 더 크고 단단해졌다. 나를 세상에서 가장 궁긍해하고 가장 자주 안부를 물어오던 사람, 그 사람이 세상에 없다는 것. 그 무게는 내 감당의 임계치에서 아슬아슬하게 넘실거렸다.
*나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후배에게서 자신만만함, 환함 같은 것이 물리적인 입자처럼 낯설게 뿜어져 나왔다.
*엄밀히 말하면 거짓말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래도 거짓말 비슷한 것, 어쩌다 그런 거나 하고 있는 인간이 되었을까.
*갈 곳 모르던 손가락은 습관처럼 아빠의 번호를 눌렀다. 벨이 오래 울리고 사서함으로 넘어가는 동안 아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왜 하필 지금 전화를 안 받는 걸까. 나는 말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꼭 받아 줬으면 좋겠는데.
+ 눈물이 날 뻔 했다. 가엾은 우리네 인생.
'3'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정치마-Hollywood (0) | 2015.04.14 |
---|---|
Bart Davenport-Physical World (0) | 2015.04.14 |
Knife Party_Ultra Music Festival Miami 2015 (0) | 2015.03.31 |
프라이머리&오혁-공드리-feat. 김예림 (0) | 2015.03.28 |
프라이머리&오혁-Bawling (0) | 2015.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