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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어제 학교 가는 차 안,

어떤 라디오 추석 특집 방송을 듣게 됐다.

진행자와 청취자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대화가 있었다.


"누구랑 가시나요?"

"집사람이랑 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요?"

"아이들은 회사 때문에 못가고 저희 둘만 내려가고 있습니다."


나는 거리낌없이 '아이들은요?'를 묻는 진행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슨 로봇처럼 1초도 안 돼서 그 질문이 튀어나왔다.

자녀가 없을 수도 있고, 알 수 없는 또 다른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하는 걸까?

자칫하면 결례를 범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런 방송을 들으며 도착한 수업에선 어떤 교수님이 언짢은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

마른 여학생에겐 팔이 왜 이렇게 얇냐며 얘기를 하다가

그 학생 뒤에 있는, 조금 통통한 여학생에겐 그녀의 팔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넌 좀 빼야 돼.' 이따위 말을 했다.

그 여학생이 얼마나 무안해할지는 사고 자체에 없는 모양이었다.


말로 주는 상처는 의외로 엄청나다.

문제는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엄청나다는 것.


다들 한마디를 하더라도 생각 좀 하고 말을 했으면 좋겠다.

'무심코' 뱉은 말은 무시무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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