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

전기장판



어렸을 때부터 안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하다못해 문에 발을 찧거나 어디에 걸려 넘어졌을 때도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거다.

난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벌을 이렇게 오지게 받고 있는 거지.


전생이나 후생은 믿지 않는다.


마음이 못되 처먹어서 외면(外面)도 못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끔 입 밖으로 내뱉는 욕은 기껏해야 '썅'이나 '지랄'이다.

근데 지금 어마어마한 욕설을 하고 싶다.


diane birch를 쓰려다가 bitch라고 오타났다.

왠지 you won't let me가 입안에서 맴돌아 볼륨을 높이고 들었다.

이상하게 게슈탈트 붕괴 현상이 일어나 '맴돌다'를 '멤돌다'로 쓰고 있었다.


96년생 birdy의 shelter를 반복해서 듣고 있다.

눈에 띠는 재능이 있으면 좋겠다. 

길을 잃은 기분이다.


가을비는 너무나 춥다.


트위터를 안하면 일기장이 넘쳐난다.

계정도 이젠 뭔가 고착화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초, 중, 고등학생 때만 해도 누가 네모 안에 넣어 놓으면 그 네모 안이 좁든 넓든 불평하지 않았다.

네모라는 선을 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그때는 무슨 공무원 마냥(비하 아님) 순종적 이미지(엄청난 스테레오 타입인 거 알고 있음)의 아이콘이라 스스로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 수록 숨겨 왔던 내 모습이 드러나는 건지 아니면 새로운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틀 안에 있으면 답답하고 숨이 막혀 온다.

원치 않는 소속감에서 해방되고 싶다.

내가 진짜 원하는 곳에서 내가 진짜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면서 몸과 마음 다 편히 지내고 싶다.


학교 다니기가 싫어 죽겠다.

대학 졸업장도 이젠 무슨 출생 증명서처럼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거라 없으면 이상한 사회가 되어 버렸다.

부모님만 아니면, 좀 더 용기가 있었다면 당장 그만뒀을 것이다.


입천장이 다 까지도록 과자를 미친듯이 먹어 댔다.

으적으적 씹을 게 필요했다.


똑 떨어지는,

엄청나게 찰랑이는

고운 단발 머리를 하고 싶다.

앞머리도 다시 자르고 싶다.

앞머리병에 단발병까지 도졌으니 이젠 정말 미친 거다.

근데 실행에 옮기진 않을 거다.

사실 그렇게 미치진 않았거든


마무리가 안된다.

그냥 끝이야 이게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  (3) 2013.10.05
  (0) 2013.09.30
무심코  (1) 2013.09.18
간만에  (1) 2013.09.11
9월의 어느 날  (0) 2013.09.11